호남좌도농악은 같은 좌도농악이라도
그 지역에 따라 다시 서로 다른 차이점과 독창성을 확보해 놓고 있어서 주목된다.
즉 현재 전승되고 있는 호남좌도농악의 주요 계보는 지역별로 크게
다음과 같이 3가지 계열로 구분할 수 있다

1) 김봉렬 계보-진안농악

(좌도 북동부 산간농악)

진안농악은 전라 좌도 북동부 산간지역인 무주, 진안, 장수 등지의 농악을 대표하는 농악으로서, 비교적 소박, 단순, 고졸한 특성을 갖추고 있는 농악으로, 마치 판소리로 말하자면 ‘순수 동편제’의 소리에 비유할 수 있는 것이다.

2) 양순용 계보-임실농악

(좌도 남서부 중간농악)

임실농악은 전라 좌도 남서부 중간지역인 임실,순창지역의 농악을 대표하는 농악으로서, 비교적 전라 우도 서부 평야지역인 정읍,김제,부안 지역 농악의 영향을 받은 농악으로서 좌도농악과 우도농악의 특성이 좌도농악을 중심으로 하여 융합된 ‘중간굿’으로서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가락/음악은 ‘오채질굿’ 가락을 제외한 모두든 가락이 다 좌도농악의 가락을 쓰되, 복색/의상을 보면 그 일부는 좌도식 복색/의상으로 머리에 ‘전립’을 쓰지만, 일부는 우도식 복색/의상으로 머리에 ‘고깔’을 쓴다.
좌도농악의 특징인 ‘윗놀음’/춤동작보다는 우도농악의 특징인 ‘밑놀음’/가락 연주를 비교적 중시한다. 이러한 특징들은 이 지역의 농악이 ‘중간굿’ 형태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판소리에 비유하자면 ‘서편제를 가미한 동편제’라고 말할 수 있다.

3) 류명철 계보-남원농악

(좌도 남동부 분지농악)

남원농악은 남원, 운봉, 곡성지역의 농악을 대표하는 농악으로서, 좌도농악의 특징을 뚜렷하게 지키면서도 비교적 ①과 ②의 특장점들을 가장 높은 수준에까지 이끌어 올린 농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밑놀음’/가락/음악 면에서는 좌도가락을 철저히 지키되 그것에다가 ‘잔가락’을 가미하여 을 세련미를 보강하고, ‘윗놀음’/무용/춤동작 면에서도 전라 좌도농악의 가장 중요한 특징에 따라 전원이 ‘전립’을 쓰고 ‘윗놀음’을 하되 그 윗놀음의 종류를 가장 다양하게 발달시키고 그 기법과 테크닉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 올린 농악이다.

남원농악이 이렇게 발전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앞의 진안농악과 임실농악이 근자에 오기까지 주로 마을굿/마을농악의 현태로 전승되어온 농악인데 비해, 남원농악은 일찍부터 여러 고을을 상대로 하는 걸립농악으로 발전했었고, 이에서 더 나아가 전국을 상대로 하는 이른바 ‘포장걸립’ 연예농악으로 발전한 데에 있다.
즉 현재 전승되고 있는 진안농악과 임실농악은 1980년대에 농악연구가들에 의해서 재발견된 마을굿 형태의 토착농악인 반면, 남원농악은 이미 해방 직후부터 연예농악단을 구성하여 전국을 순회공연하기 시작하였으며(손판돌,홍유봉,이길봉,유명철 구술,녹음자료 및 이들이 해방 후 전국순회공연 시에 찍은 사진자료 참조), 이렇게 해서 구성된 호남좌도농악단의 농악은 이미 1967년도에 나온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농악 조사보고서인 『호남농악』(홍현식·김천흥·박헌봉 1967 서울: 문화재관리국)에 조사 보고되어 있다.

현재 이 조사보고서에 기록된 호남좌도농악의 연행자로는 현 남원농악 상쇠인 유명철 선생이 유일한 생존자이다(홍현식,김천흥,박헌봉 (1967) 앞의 책의 녹음자료 참조). 따라서, 분명한 호남좌도농악의 계보의 명인으로서 현재 살아있는 유일한 생존자는 남원농악의 예능보유자인 상쇠 류명철(61) 선생뿐인 셈이며, 그가 이끌어온 이러한 남원농악의 정체성을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주요 검증 자료들을 통해서 아주 분명하고 확실하게 고증되고 있다.